2021. 7. 20. 16:50
그는 어렸을 적 부터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거울 속에 존재하는건 또다른 나 말고도 다른 신기한 것들이 있을거라 생각했고, 시야의 거울 속 세상 너머에는 내가 보는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상만이 펼쳐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는 언젠가 어머니께 이러한 질문을 했습니다. 이 반짝이는 거울 속에는 무엇이 살고있어요 엄마? 그러자 어머니는 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거울 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아주 신기하고 때론 무섭고 이상한 것들이 아주 많이 있단다. 우리 아가는 그런 것들에 속아 넘어가지 마렴. 그러자 그는 대답했습니다. 알겠다고. 그 무엇이 보여도 난 속지 않겠다며 말입니다. 그런 시덥잖은 대화들을 나누며 그렇게 그들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렇게 몇날 몇일의 밤이 지나고 그는 어느덧 자라 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죠. 지금까지의 그의 삶은 꽤나 평화로웠습니다. 가끔 따돌림을 당하거나 그도 모르게 욕을 먹던 것 빼고는 말이에요. 아, 이정도면 조금은 불행했으려나요? 그러나 그는 괜찮았습니다. 의아함은 있었지만 그렇게 크게 걱정하거나 불안해할 정도는 아니었고, 집으로 돌아오면 따스하게 맞아주던 부모님과 착한 동생이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지금부터 들려드리는 이야기는 그의 초등학교 생활, 그 이후의 그의 삶입니다. 평범하게 행복하던 지금과는 많이 다를지도 모릅니다. 그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아마 그도 모를겁니다. 언제부턴가 그는 언젠가 어머니가 말해주었던 거울 속의 것들을 찾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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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 입학한 그는 굉장히 긴장했습니다. 떨리기도 했습니다. 그야 초등학교에서의 아는 친구들은 거의 없고 대부분 새로 만난 친구들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애석하게도 그는 굉장히 내성적이고 조용한 성격이었습니다. 누구에게도 말을 대뜸 걸지 못했고 그렇게 교실에서 조용히, 있는 듯 없는 듯 도태되어갔습니다. 그러나 한줄기 희마이었던가요? 앞자리에 앉은 학생이 뒤로 돌아 그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만나서 반갑다고, 자신과 같이 다니자고. 그는 그 말에 화색하며 앞자리 학생이 같이 다니는 무리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채팅방에도 들어가고 쉬는시간에는 같이 장난치고 놀며 대화를 나누었죠. 그와 그들 무리는 그렇게 친해져갔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붙어다니게 되었죠. 하교할때, 점심을 먹으러 갈 때, 언제나 말입니다. 그리고 조별과제 할 때에도 같은 조가 되어 과제를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몰랐겠지만 그들 무리는 점점 불만이 생겨나갔습니다. 조별과제를 할 때 그 혼자만 과제 하나만 붙들고선 시간을 끌며 노는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었죠. 사실 그는 과제중 꽤나 어려운 것들만 골라 하고 있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었을 뿐, 노는것은 아니었습니다. 준비물도, 계획이나 보고서 작성도 그가 다 준비하고 해결하기도 했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들 무리는 그것은 보지 못한 채 단편적인 것들만 보고 그를 알게모르게 따돌리며 뒤에서 좋지 않은 말을 했습니다. 그는 그것을 알지 못했지만요. 사이는 알게모르게 점점 벌어져갔고,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은 겨울에 사건이 터지고 맙니다.
시간은 영어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물건 하나를 정해 광고 하나를 만들어오라고 단체과제를 내주셨지요. 그와 그들 무리는 자리에서 다음날 어디에서 만날지 정하고는 하교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었죠. 그는 알람을 맞춰두었음에도 늦게 일어났습니다. 시계를 보고서 사색이 되어서는 급히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죠. 망가져서 제대로 작동되지도 않는 핸드폰으로 지금 일어났는데 정말 미안하다고, 빨리 준비해서 갈테니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이에요. 그리고는 알겠다는 친구들의 간단한 답변이 되돌아 왔습니다. 그 답변을 보고 후다닥 씻고 옷을 갈아입고 그는 집을 나섰습니다. 버스를 기다리다 겨우 타고는 가던 도중 친구 한명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친구의 주변은 시끄러웠고 말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죠. 그의 친구는 약속장소가 바뀌었다며 어느 도서관으로 오라고 전달했습니다만.. 그는 제대로 듣지 못했습니다. 두어번 다시 물어봐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겨우 들어낸 장소에 그는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찾아가도 친구들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한번 카톡을 했죠. 그랬더니 지금 자신들은 장소를 옮겼고, 디저트 가게라는 답장이 왔습니다. 분명 전달받았을 때에는 도서관이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그는 톡으로 친구들에게 많은 비난과 욕을 먹었습니다. 기분이 상한 그는 그들을 찾아가지 않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주말이 지나 월요일이 되었습니다. 그와 친구들 사이는 매우 틀어져 있었죠. 그가 아무리 사과하려고 해도 그들은 틈새를 주지 않았습니다. 교실에서 그를 때리기까지 했죠. 반에 있던 친구들은 그 모습을 보고도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 그저 시선을 돌릴 뿐이었습니다. 그는 깨달았습니다. 인간관계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그리고는 싸늘한 눈을 하고는 그들을 철저히 무시했습니다. 그렇게 1학년이 끝나가고 어느덧 2학년이 되었습니다. 친구를 사귈 마음이 없던 그는 어느 한 친구가 먼저 말을 걸어준 덕분에 다시금 다른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들 중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비즈니스 친구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그는 친구관계 이외의 것들에게서도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학업이라던가요. 그가 다니는 학원은 그 동네의 학원 중에서도 가장 악명이 높은 학원이었습니다. 거기다 담당 선생님도 평이 좋지 않은 선생님이었죠. 그는 매일 학교와 학원을 반복했고, 쉬는 시간은 없었습니다. 저녁 늦게 집에 돌아와서도 휴식은 커녕 학원에서 내준 과제를 하느라 매일 3시를 넘겨서 잠들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원에서는 욕을 듣기 일수였고, 같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 앞에서 대놓고 창피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사생활조차도 없었지요. 그 선생님께서는 불시에 부모님께 전화해서 지금 그가 무얼 하고 있는지 물어봤으니까요.
식사는 하루 한끼, 학교에서 먹는 점심이 다였고 그마저도 반 이상 남기기 일수였습니다. 거의 먹지 않았죠. 매점도 이용하지 않았고요. 외모 강박이 심해졌고, 몸무게의 숫자에 예민해져갔습니다. 모든 일에 날을 세우고 대했습니다. 그런 그를 지켜보는 학교와 학원 선생님들은 부모님께 전화를 했습니다. 그에게 요즘 무슨 일이 있냐고, 예민해보인다고. 그러나 부모님께서 무슨 말을 하기도 전, 다시금 학업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이만큼 잘할 수 있는데 왜 그걸 안하는지 모르겠다고 말이에요. 그는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미 충분히 죽을만큼 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어느날 그는 학원 담당 선생님께 질문했습니다. 왜 나한테만 이러는 거냐고. 그러자 그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네가 제대로 안하니까, 점수가 제대로 안나오니까 이렇게 하는거라고. 대학은 서울에서도 알아주는 데로 가야 하는데 너는 지방에 있는 이름도 모르는 대학이나 갈 것 같다고 말입니다. 그는 의아했습니다. 꼭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할까? 꼭 서울의 유명한 대학을 가야할까. 그리고는 점점 그 선생님께 세뇌당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런 꿈도, 목적도 없이 그저 좋은 대학만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스스로를 몰아쳤습니다. 시험에서 90점 이상, 수행평가 만점이 아니면 스스로를 욕하고 망가뜨렸습니다. 그렇게 그는 망가져갔습니다. 이때부터 였을까요? 그가 거울 속의 것들을 부르기 시작한 때가.
그는 자신을 망가뜨려가며 신을 찾았습니다. 기독교 학교를 다니면서 신은 한번도 찾지 않았고, 오히려 코웃음치던 그가 말입니다. 잠들기 전,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것은 빠짐없는 일과가 되었습니다. 그가 부르짖던 신은 누구였을까요.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악마와 관련된 것들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공부하는 틈틈히 악마과 관련된 자료와 서적을 찾아봤고, 점점 미쳐갔습니다. 그래요. 그가 부르짖으며 찾던 신은 바로 악마였습니다. 오늘 밤, 내게로 찾아와 고통없이 죽여달라 빌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당연하게도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떴습니다. 하루에도 수없는 상상을 했습니다. 차에 치이고, 옥상에서 떨어지고, 목을 매달고, 칼로 찌르는 상상을요. 수없는 상상 속에 그는 직접 칼을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몰려올 고통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칼을 내려놓기 일수였습니다. 새벽녘 자신의 방 창문 아래를 내려다보기도 하고 유서를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죽고싶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그는 식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3일씩 굶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점점 말라갔지요. 그리고 그와 함께 몸에도 이상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갑작스런 두통은 물론 시야가 흐릿해지고 어지러웠습니다. 길가에서 쓰러질뻔도 했습니다. 그는 제 몸이 이상한건 신경조차 쓰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이 온통 죽음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길을 걷다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습니다. 무엇이 보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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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그는 거울을 바라봤습니다. 거울 속에는 그 자신이 비춰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표정없이 그 거울만을 빤히 바라봤습니다. 그가 손을 올리자 거울 속의 그도 똑같이 손을 들어올렸습니다. 그리고 그는 믿을 수 없는 것을 보았습니다. 언젠가 어머니께서 이야기 해주셨던 그것을 말입니다. 그의 머리속에 예전 어머니가 해주셨던 말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때론 무섭고 이상한 것들이 아주 많다고. 현혹되어 넘어가지 말라고 했던 말씀 말입니다. 그것은 그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나 그와는 다르게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었습니다. 웃고있는 입술 새로 보이는 것은 날카로운 송곳니, 그리고 시야를 굴리자 보이는 파충류마냥 쭉 찢어진 동공이었습니다. 어느새 거울 속의 그 존재는 그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흉측하고도 기괴한 모습으로 바뀌었죠. 그런 모습을 보던 그는 빙그래 웃으며 그것을 바라봤습니다. 거울속의 존재는 악마였을까요? 그 존재는 그를 향해 손짓했습니다. 거울 속으로 들어오라고 말이죠. 그는 입이 찢어져라 광기에 찬 웃음을 지어보이며 거울에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 마침내 그것과 손을 맞대었습니다. 그리고는 한순간에 사라졌지요. 그렇게 그는 세상에서 잊혀졌습니다. 그 누구도 그의 존재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그의 부모님도, 친구들도, 선생님도, 그 누구도요. 존재 자체가 사라진 것 마냥 말입니다. 거울 속의 그것이 한 일인걸까요. 그렇다면 그것의 정체는 무엇이였을까요. 그의 어머니께선 그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습니다. 거울속 무섭고 이상한 것들의 정체는 악마라는 것을요. 모두에게 잊힌 외로운 이들이 변한 악마라는 것을요. 이젠 말해줄 수 없겠지만 말입니다.
거울 속에는 모두에게 잊힌 외로운 이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악마로 변한 채 말입니다.
By. JANGEO